복잡한 도심만 빠져나와 근교로 나가면 혹 벚꽃길을 만나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금산쪽 방면을 향해 달린다. 이미 남쪽 지방엔 벚꽃이 진다고 하니 더 이상 게으름을 피우다간 머지 않아 벚꽃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차창밖에 스쳐 지나가는 길가의 벚꽃행렬도 볼만 하지만 멀리 푸른 산속에 속속 자리잡은 산벚꽃나무는 이 봄의 산뜻함을 더해 준다.
대전과 금산의 경계선 쯤에 등장하는 넓은 청보리밭(?) 그냥 지나치기 힘든 곳이다.
청보리밭 건너편 야산에 핀 진달래와 조팦나무, 산벚꽃 군락지. 가까이 올라가니 시야가 가려져 제대로 풍경을 담기 어렵다. 나무 위에 올라갈 수도 없고....
금산에 들른 김에 건강을 챙기자며 아내는 홍삼, 마, 하수오를 구입한다.
돌아오는 길목 눈부신 오후 햇살을 받고 서 있는 진달래,개나리, 벚꽃이 어우러진 시골길이 예쁘고 정겹다.
고속도로에 올라 맨먼저 금강휴게소에 들러 본다. 아내는 이곳을 무척 좋아한다. 할 일 없는 사람들처럼 이곳 저곳 구경하다가 골프매장에서 멋스러운 까만색 창모자를 거금을 주고 샀다. 지금 등산 복장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다른 때를 생각해서 미리 사둔단다. 다시 하행선을 타고 영동을 지나 황간 아니면 김천 근처 어딘가에 있음직한 미지의 샹글리라를 찾아 톨게이트를 빠져 나온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작년 가을에 둘러 보았던 백화산 월류봉도 있고, 6.25때 무고한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채 떼죽음을 당했던 노근리 폭격현장도 근처에 있다. 또 가까운 곳에 샤토마니로 유명한 와인코리아 공장도 있으니 황간IC를 빠져 나가면 어쩐지 새로운 추억거리가 기다릴 것만 같다.
세월이 흘러 찾는 사람은 바뀌어도 변함없이 반기는 것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인 산과 내 그 속에 숨쉬는 시원한 산바람 뿐이다.
한해 나이를 더 먹은 탓인지 월류봉의 물빛과 산색이 더 옛스러워진 듯하다.
황간 IC에서 빠져나와 좌회전을 하면 얼마 못가서 양민학살의 참변이 일어 났던 영동 노근리 쌍굴다리가 나온다. 사건 현장 앞에 삽화로 그려진 당시의 상황도. 미군에 의해 인근부락의 주민들이 소개된 다음날 미군을 따라 피난을 가던 중 갑자기 미군기에 의해 폭격을 당하고, 맞은편 야산에서 미군의 기관총 세례를 받는 장면이다. 200~300명의 양민이 이유도 모른채 숨져 갔던 이 날의 사건은 인민군의 지뢰로 여겨졌던 양민에 대한 미군의 과도한 대처와 인명경시로 밖에는 밝혀지지 않은 채 역사속에 묻혀져 가고 있다.
총알자국(O표시)이 선명한 비극의 쌍굴다리 위로는 매정하게도 하루에도 수백번 경부선 열차가 지나 가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총알 자국이 근대 문화유산으로 남았으니 참으로 아이러니칼 하다.
길 건너편에는 한창 노근리 평화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노근리에서 6Km 남짓 거리에 위치한 와인코리아.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와인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이만한 성공을 거둔 것은 용감한 모험정신 때문인 듯 하다.
와인으로 족욕 하는 곳
지하 저장고. 관람시간이 지났지만 젊은 지배인이 친절하게도 우리 부부만을 위해 문을 열어 주고 열심히 설명해 준다.
아직은 오크통 등 대부분의 재료를 수입해 쓴다고.... 나무코르크는 한번밖에 쓸 수 없어 코르크 마개도 우레탄이란다.
오랜만의 외출이다. 비록 작은 수술이었지만 생전 몸에 칼 한번 대지 않고 살아왔던 터에 열흘 간격으로 두차례나 수술을 받았으니 큰일을 치루긴 한 것 같다. 수술 후 통증도 심하지 않고 이제 몸도 가볍다. 새순이 돋는 봄도 와서 산뜻한 기분이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남편 수발들며 답답함을 견디어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화창한 일요일. 우연히 TV 방송에 나왔다는 공주 사곡면 소재의 엔젤농원을 찾았다. 온갖 종류의 허브와 먹는 꽃, 유기농 야채류를 재배하는 곳으로 엄청나게 큰 하우스에 들어서는 순간 향기로운 허브향에 머리가 맑아지고 몸 속의 나쁜 기운이 빠져 나가는 듯 했다.
농장 안의 풀잎 사이에 지어놓은 아주 작은 새집
넉넉한 인품의 주인아저씨로부터 과분한 환대를 받고 유기농 야채와 꽃을 한박스 구입한 후, 약 8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마곡사를 찾았다. 마곡사는 백제 의자왕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곳으로 대전,충남지역 조계종의 총본산이다. 춘마곡, 추갑사로 불리울 만큼 봄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10년전 이곳을 찾았을 때와는 달리 주차장에서 절까지 들어가는 진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계절적으론 아직 좀 이른 듯....
고암 이응노 화백은 190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활동을하다 세계무대로 자신의 활동영역을 넓혀갔던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가이다. 장르와 소재를 넘나드는 끊임없는 실험으로 한국회화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찾아 예술혼을 불태웠던 그는 전통성과 현대성을 함께 갖춘 현대한국 화단의 거목이다.
특히 예술가로서 체제와 타협하지 않는 의지와 사회의식 그리고 새로움을 향한 열린 사고방식은 현존 작가들의 귀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문화예술의 전당과 시립미술관
이응노화백의 미망인에 의해 건립된 본 미술관은 서울 평창동에 있던 미술관의 폐쇄와 동시에 2007년 이곳에 새롭게 건립되었다. 프랑스 건축가가 설계한 미술관은 '문자추상' 시기의 작품을 건축학적인 재해석을 통해 상징화 했다고 한다.
정신으로서의 선(線) - 그 힘 전(展)
조각상 사이로 보이는 정부청사 건물
유성 대덕연구단지 내 원자력연구소 입구에 위치한 아주미술관
가끔 굵직굵직한 전시회를 열어 대전에서는 인지도가 꽤 높은 미술관이다.
Giorgio Moiso展 Painting performance (사이트 갤러리 copy본)
조영남 세계미술순회전 in Beijing 개막식에 모인 관람객들
(사이트갤러리 copy본)
(사이트갤러리 copy본)
미술관 후면에 위치한 고택의 넓은 뜰안에서는 많은 문화행사가 열린다.
(사이트갤러리 copy본)
(사이트갤러리 copy본)
조형미가 돋보이는 미술관 옥상
미술관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응노미술관과 아주미술관에는 공통점이 있다. 거친 콘크리이트 벽 사이로 세상을 내다보는 네모난 창,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커다란 창살, 그 사이로 비춰지는 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