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올리는 부부여행기다.

참으로 아쉬운 일은 늘 인생 1순위였던 부부여행이 다른 일에 밀려 순위에서 멀어지더니 결국 변변한 여행 한번 못하고 몇해가 지나가고 말았다는 것이다. 

버나드 쇼의  " 내 이럴 줄 알았다. 어영부영하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란 묘비명이 언뜻 생각난다.

뭐니뭐니해도 인생살이는 돈이나 명예를 쫒기 보다는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는 것이 득인 것 같다. 

이번 여행은 아내의 부모님이 잠들어 계신 경북 모처의 카톨릭공원묘원을 들렀다가 오랫동안 벼르던 안동길에 오르기로 했다.  

인생은 짧지만 여행은 길다. 

 

 

늦가을의 선득한 바람이 불어오는 카톨릭묘원에서 망자를 위한 기도 중

 

 

만휴정 가는 길(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참으로 흥미진진하게 시청했던 주말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 중 하나다.

 탄탄한 구성과 역사성, 민족혼,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뛰어난 연기력 등등 근래 보기드문 수작이었다고 기억된다.

 

 

두 주인공  이병헌, 김태리가 도공 황은산을 만나기 위해 찾았던 바로 그 암자이다.

 

 

젊은 남녀가 드라마속의 유진초이와 고애신처럼. "합시다. 나랑 Love"를 연출하고 있다.

 

 

여기서 이런 샷을 날리고 싶어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멀리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샤프란은 뒤에서 기다리는 젊은 사람들을 위해 양보를 거듭하다 결국은 포기. 수줍게 앉아있는 아가씨들만 도촬해 본다.

 

 

 

 

안동 시내로 향하던 중 경치좋은 길안천에서 잠시 머문다. 앵글러부부는 물만 보면 그냥 좋다.

빛바랜 단풍만큼이나 진하게 변해가는 가을햇살이 좋았다.

 

 

 

안동시내 호텔에서 일박 후 정오 쯤 찾은 병산서원.

들어가는 길이 뜻밖의 비포장길이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고즈넉한 풍경도 뜻밖의 감동을 주었다.

서애 유성룡 선생이 1572년 풍산읍에 있던 풍악서당을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 병산서원의 처음 모습이며,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헐리지 않고 살아남은 47개 서원 중 하나이다.

금년 7월 10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병산서원의 백미는 만대루이다. 7칸 기둥사이로 보이는 병산과 낙동강이 바라보는 이의 심신을 편하게 해준다.

 

 

보는 사람만 없다면 차 속에 넣어둔 안동소주와 부침개를 꺼내와 옛 선비의 향취를 느껴 봄직한 곳이다.

애석하게도 출입금지 구역이다

 

 

 

 

 

서원의 중앙에 자리한 입교당(강당)

 

 

 

 

 

둘러볼 데가 그리 많지 않은 만큼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볼 수 있어 좋다.

늘 그 자리에 서있는 병산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바쁠 것도 없이...  

 

 

부용대에서 내려다 본 하회마을. 이 마을은 풍산유씨가 600년간 대대손손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동성마을이다.  

 

 

마을 이름이 하회(河回)라고 한 것은 낙동강이 S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 안고 흐르는데서 유래되었다.

풍수적으로도 사람 살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삼신당 신목. 수령이 600여년 된 느티나무로 마을의 정중앙에 위치하며 아기를 점지해주고 출산과 성장을 돕는 신목이다.

 

 

멀리에서 보아도 단연 돋보이는 건축물이 원지정사이다.

이곳은 서애 류성룡선생이 부친상을 당하여 낙향한 후, 서재로 쓰려고 지은 집이다.

 

 

옛날 담들은 소박하지만 기능적이고 멋스럽다.

 만일 담 위에 기와를 얹지 않았다면 가옥의 기와와 어울리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눈비에 쉽게 허물어졌을 것이다.  

 

 

마을에는 민박집도 있어 하룻밤 머무르며 옛정취를 체험할 수도 있다. 

 

 

 멀리 하회교회가 보이는 둥근 담장길을 사진에 담으려는 순간, 전기차를 탄 생기발랄한 아가씨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다. 

 

 

멀리 보이는 곳이 부용대다.

하회마을의 집들은 삼신당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강을 향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좌향이 일정치 않다.

주로 큰 기와집을 중심으로 주변의 초가들이 원형을 이루고 있다.

 

 

만송정 숲. 이 솔숲은 겸암 류운용선생이 젊은 시절에 조성한 것으로,

마을 서쪽의 지기(地氣)가 약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심은 비보림이다.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한폭의 그림이다. 곳곳에 부용대의 절경을 화폭에 담아내려는 화가들이 눈에 띄인다.

 

 

부용대를 배경삼아 여인네 사진 한장 그려본다

 

 

사람들은 계절과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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