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밀복검 (口蜜腹劍)

 

미국은 이미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외에 비밀리에 숨겨 놓은 핵시설까지 포함하여 폐기할 것을 요구하여 회담이 결렬된 바 있는데, 문 대통령은 또다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으로 핵시설의 일부분인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면 한반도에 비핵화가 이루어질 것처럼 엉뚱한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변의 핵 시설에 대해 "진정성 있게 완전히 폐기 된다면 그것은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실질적인 비핵화의 입구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잠시 그의 발언 속에 나타난 어폐를 찾아 보겠다.

영변의 핵 시설에 대해 진정성 있게 완전히 폐기 된다면’  이란 문장에서 진정성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문법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미상 완전폐기를 강조하려는 기만적 단어 때문이다일부시설만 폐기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진정성을 상실하고 있다. 문장에서는 부분적 폐기가 마치 완전한 폐기인 듯한 뉘앙스를 진하게 풍기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북한에 있는 모든 핵시설이 진정성있게 완전히 폐기 된다면'으로 고치면 의미상 올바른 문장이 될 것이다.

 

실질적인 비핵화의 입구가 될 것이라는 최종 문장 역시 맞지 않는다.

 이 문장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굳이 고친다면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실질적인 비핵화의 출발점이 될 것' 이라고 고쳐야 할 것이다.

 입구는 그냥 누군가가 들어가는 ()이다. 김정은이 그 문 앞에 서서 들어갈지, 들어가지 않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쩌면 문 대통령은 이 모든 선택권이 오직 김정은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출발점이라는 쉬운 단어를 일부러 피했는지도 모른다.

    

무슨 거창한 언어분석이나 심리분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짧은 문장 속에는 검은 속내가 숨겨져 있다. 특히 발표시점이 문 대통령이 기존의 대북제재 해제 행보를 멈추고, 북유럽 순방 중 북한이 먼저 핵 폐기를 선행해야 한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김정은에게 호되게 욕을 먹었던 직후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엄청 놀라고 억울했을 것이다. 자신이 말한 핵 폐기는 북한이 주장하는 영변 핵폐기만을 의미하는 것인데 그걸 몰라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발표문에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에 진정성, 완전, 실질이라는 단어를 강조함으로서 김정은의 오해를 풀어주고, 그의 속셈을 최대한 숨겨주고 있는 것이다.


만일 문대통령이 진심으로 북한의 핵폐기를 원하고 있다면 그의 발표문은 '북한에 있는 모든 핵시설이 진정성있게 완전히 폐기 된다면 그것은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실질적인 비핵화의 출발점이 될 것' 이라고 표현되었을 것이다.


바둑의 하수는 자신의 수가 상수를 속일 수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상수의 눈엔 하수의 꼼수가 손바닥 손금보이듯 죄다 보인다.



(참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7일 한··일 협의 소식통을 인용해 문 대통령이 회담에서 "영변의 핵시설 완전폐기도 큰 의미가 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 개성공단 단지의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을 용인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다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좀 더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북 경제협력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더 확실히 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2019.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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