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분갈이를 위해 꽃집에 들렀다가 해도 많이 남아있고, 볕도 따뜻하다는 핑계로

근교의 한적한 장소를 찾았다.  

복잡한 도심에서 야외로 빠져 나오는데에는 10분이 채 안걸린다.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탐욕과 절제의 경계도 도심에서 야외로 빠져나오듯 쉽게 허물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외로 나오니 숨쉬기도 좋고 봄기운 만연한 푸릇한 경치는 더할 나위없이 기분을 상승시킨다.

(폰카메라로 담아서 화질이 안좋음)

 

 

차는 초입에 세워놓고 잠시만이라도 걸어보자. 연신 폰카메라로 이곳저곳 찍어대는 샤프란.

 

 

 

몇백년전 누군가도 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이 곳을 걸었을지 모른다. 

 

 

 

샤프란이 좋아하는 한적하고 아늑한 봄 풍경. 여울 속 자갈을 씻어주는 물살소리까지 더해져 시청각을 호강시킨다. 

 

 

 

온화한 빛, 산뜻한 바람, 신선한 풀향기, 비릿한 물냄새가 온 몸으로 스며든다.

 

 

 

광활한 우주의 외딴별에서 아주 잠깐 인연을 맺은 여인 

 

 

집에서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카이스트는 리틀 샤프란의 단골 산책코스 중 하나다. 

오늘은 일이 일찍 끝났다며 강쥐 두마리를 데리고 카이스트의 벚꽃을 보러 같이 나가잔다. 

우리 부부는 옷도 갈아입지 못한채 허겁지겁 공주님의 뒤를 따랐다. 힘없는 개집사가 되어...

 

 

 

 

강쥐들 땜에 사람없는 곳으로만 돌다 보니 휑한 잔디밭만 눈에 들어오지만 그래도 하늘엔 벚꽃이 피었다.

 

 

 

저쪽이 좋은데 ? 

 

 

 

잔디를 이리저리 휘젖고 다니는 견공들과 좀 더 멋진 벚꽃을 찾으려는 사람을 비교하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먹을거리나 필요한 것을 찾아 땅을 살피며 돌아다니는 형이하학적 존재와

 갈매기 조나단처럼 더 멀리보기 위해 하늘 높이 날으려는 형이상학적 존재의 극명한 차이.

 

 

 

 

유성대로에 접한 캠퍼스의 둔덕. 늘 이맘때면 어김없이 벚꽃이 만발하여 찾는 이가 많다.

 

 

 

강쥐들 산책길이 샤프란의 벚꽃엔딩이 되었다.

 

 

 

두 샤프란 모습도 담아주고

 

 

 

저녁 때가 되어 들른 단골 퓨전중식당 '진신'. 

중력 땜에 늙는 것 같다며 한사코 얼굴을 당겨올리는 샤프란.

어찌할꼬! 감당할 수 없는 세월의 무게인 것을.....

(핸드폰으로 담은 리틀 샤프란 작)

휴일을 맞이 견공들과의 나들이길은 매번 간단하지가 않다.

덩치가 크고 두상이 험상궂은 개들을 여러마리 데리고 나가면 늘 민폐를 끼칠 수 밖에 없기에 도심공원을 돌 때는 아주 늦은 시간대를 이용할 수 밖에 없고, 낮시간대에는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외진 곳으로만 돌아야 한다.

그러나 길지 않은 생을 사는 견공들에게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딸내미의 주장에는 우리 부부 역시 격하게 공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우리집 견공 네마리를 데리고 대청호 추동의 자연생태공원과 애미들로 즐거운 나들이를 했다.

 

 

 

애미들 초입의 수변길

 

 

 

겁쟁이 진도개와 늙은 시츄는 우리 부부 전용견이고, 

사랑꾼 퍼그와 상남자 프렌치불독은 딸내미 전용견이다. 

 

 

 

애교가 장난이 아닌 진도개 루루.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다. 

 

 

 

500미터 남짓 만에 저질체력 퍼그는 딸내미와 함께 차로 되돌아 가고, 세마리만 개장수 닮은 엄마와 함께 걷는다. 

 

 

 

빵조각으로 거위들을 가까이로 유혹하면 진도개와 불독이 덮칠 계획인 듯 

 

 

 

사방에 핀 파릇한 새순은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목줄만 매면 너무 슬퍼하는 평화주의자 시츄는 특별히 풀어준다. 하지만 호전파들은 꼭 잡아줘야 한다.

 

 

 

목적지인 명상정원에 도착하니 건너편에 카페 '팡시온'과 펜션들이 보인다.

 

 

 

예전엔 누드촬영장소로, 영화 슬픈연가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7~8년전만 해도 사람의 발길이 뜸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던 곳인데 그 사이에 참 많이도 변했다.  

 

 

 

예전엔 분명 짙은 숲이었는데.... 나무들이 고사한 듯 머리가 하얘진 밤섬. 

가만히 살펴보니 나무 위에는 까만 새들이 주검처럼 앉아 있다. 

석가의 말씀처럼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조금이나마 나누어 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서로 행복해지기를

 

 

 

이승에서 만난 인연. 사랑밖엔 답이 없다.

 

 

 

호수의 상쾌함, 잔디의 푹신함, 신선하고 따뜻한 봄공기, 정겨운 새소리.

단순한 지각을 통해 우리는 사랑, 행복, 즐거움과 같은 추상적 감응을 한다.  

 손, 발, 코, 눈, 귀가 외부에 노출된 뇌라는 증거다. 

 

 

 

엔돌핀은 코로나보다 더 강한 전염병

'가족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심 근교로 번개데이트(2022. 4.17)  (0) 2022.04.18
카이스트 벚꽃 버스킹(2022. 4.7)  (0) 2022.04.11
여수순천 몰래한바퀴(2021.6.9~11)  (0) 2021.06.14
모녀의 산책  (0) 2021.04.17
2021 벚꽃처럼  (0) 2021.04.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