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에 집 밖을 나서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평소 나들이길에 비해 도로 정체가 심한 탓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전북 진안에 있다는 모래재 옛길에 있는 메타세콰이어길이다.
많은 진사들이 주로 가을철에 출사하여 갈색으로 물든 메타길을 멋들어지게 담아내는 곳이지만 허접한 사진실력과 싸구려 표준줌렌즈로는 제대로 된 사진을 담을 자신이 없어 출사를 미루어 오던 곳이었다.
다만 근처에 위봉산이 있어 위봉폭포를 담을 수도 있고, 돌아오는 길에 삼례역에 들리면 무슨 예술촌이 있다고 해서 함께 들러 볼 심산이었다.
호남고속도로 삼례분기점을 돌아 진안-장수간 고속도로를 달릴 무렵 소낙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소양IC를 빠져 국도에 접어 드니 빗줄기는 운전이 힘들 정도로 폭우로 변하고..... 진안군 화양면에서 부귀면 쪽으로 달리다 보면 OK골프클럽으로 빠지는 우회로가 나오는데, 이곳을 조금 더 지나쳐서 수백미터 가다보면 우측으로 구 모래재길이 나온다. 자칫 이 길을 지나치게 되면 신도로를 그냥 달리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생각보다 더 구불구불하고 험한 모래재를 지나며 그 옛날 이 고갯길을 지나 다녔던 무주, 진안, 장수 사람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었다.
폭우를 피해 모래재 휴게소에서 한시간 남짓 머무르다가 잠시 빗줄기가 약해진 틈을 타서 당도한 모래재 메타세콰이어길.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1KM 남짓한 모래재 메타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더 여유로워질 것 같아 다음 목적지는 잊은 채 오래도록 머물게 된다.
비온 후 물기가 촉촉하게 배인 길이 시원해서 더 좋다며 활짝 웃는 샤프란
모래재의 버스 모델은 옷도 잘 입었다
아름다운 길은 이렇게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곳을 통과하는 거의 모든 차량은 길 옆에 차를 댄다.

모래재 런웨이

차 한대 없는 텅빈 메타길
차 한대만 있는 메타길. 두 장면엔 과연 차이가 있을까?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였을 뿐. 여기에 있던 것이 저기로 옮겨간 것일 뿐.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사물의 존재유무, 심지어 생사도 구별이 없다. 제물사상이다.
모래재의 터줏대감인 소형 셔틀버스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
비는 다시 내리고 장자를 이해하고 싶은 길손은 온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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