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세차게 내리건만 비오는 날에는 무조건 비 냄새를 맡아야 하는 감성 만땅의 아내 덕에 어디로 가야할지도 작정하지 못한채 이것저것 1박 준비까지 하고 길을 나선다. 남쪽지방은 곧 폭우가 쏟아질 거라는 기상예보가 있으니 아예 포기해야 하고 가까운 서해의 대천이나 부안쪽으로 가보자는 생각에 서대전 IC를 향한다. 아뿔싸 비가 다시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다. 아무리 비가 좋아도 이런 폭우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IC로 진입하기 직전에 다시 우회전을 하니 방향은 어느새 공주 쪽을 향하고 있다. 그래 가까운 산에나 가보자. 4년전 식구들과 유쾌한 하루를 보냈던 갑사가 생각난다. 천년이 훨씬 넘는 역사가 있는 곳, 그래서 여느 숲과는 다른 천년의 고목이 숨쉬는 곳에서라면 비로 샤워를 해도 파랗게 물들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계룡산 서쪽에 위치한 갑사(甲寺)는 백제시대 때 아도화상이 420년에 창건하고 556년 혜명대사가 중건한 사찰로서 신라의 의상대사에 의하여 화엄종의 도량이 되어 후일 화엄종의 10대 사찰이 된 매우 역사 깊은 절이다.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져 폐사가 되었지만 선조 때 다시 지어져 지금에이르른 역사깊은 사찰이다. 조선초기의 이름은 계룡갑사였다가 후기에 갑사로 개칭된 것 같다.

 

 

맨처음 반기는 것은 키 큰 장승들 뿐. 굳은 날씨에 찾는 이가 뜸하다. 

 

 

'금강산도 식후경' 산채비빔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종일 내린 비 덕분에 물살이 제법 세다. 바닷물 대신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샤프란. 바닷가로 가는 복장 그대로이다.

 

 

매미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이 비는 그칠 모양이다. 입구에서부터 갑사로 가는 긴 숲길이 일품이다.

 

 

고목은  이끼와 버섯으로 만든 옷을 입고 천년을 살고 있다.

 

 

 

 

 

맑은 계곡, 비에 젖은 나무. 가득한 숲 향기.  우린 지금 그린샤워 중  

 

 

28년전 연애시절 여름 이맘때쯤,  샤프란과 함께 동학사에서 남매탑을 거쳐 이 곳 갑사까지 넘어 온 기억이 새롭다.

 

 

 

 

 

비온 후 더 환해진 숲속의 꽃들

 

 

  본래 명칭인 계룡갑사의 현판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성문처럼 생긴 아치형 돌계단 위를 올라가면 대웅전이 나온다

 

 

대웅전

 

 

대웅전 뜰 중앙에 있는 돌항아리에 핀 작은 수련 

 

 

 



배롱꽃을 좋아하는 샤프란

 

 

 

 

 

샤프란이 잡아준 포토포인트. 흠~ 괜찮은데...

 

 

그린샤워의 효과가 있는 것일까?  한결 더  환해진 샤프란 

 

서양에서 온 스님(인턴?)은 마루에 걸터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외우고 있다.

서양중심에서 동양중심의 문화역전 현상은 최근 서양인의 관심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올라올 때 보지 못한 입구의 돌계단을 내려올 때 보니  위쪽에 채광용 구멍이 뚫려 있다.

 

 

갑사 앞을 흐르는 계곡물

 


 이 사람이 푸른별


갑사에서는 원시림을 연상케 하는 고목들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갑사 앞 계곡물 건너편에 위치한 대숙전. 여전히 잘생긴 배롱나무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승려들의 유골을 안장한 묘탑인 승탑

 

 

 

 

 

배롱나무 아래에 서서

 

 

쾌락은 선이며 고통은 악이라는 에피쿠루스의 말처럼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선(善)이다.

 

 

 

 

 

다시 찾을 그날까지 그대로이기를.... 오래도록 변치않는 것일 수록 더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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