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게 내리는 국지성 호우는 찌는 듯한 이 여름의 시원한 청량제이다.
비가 내리니 샤프란이 가만이 있지를 못한다.
마침 얼마전 TV에서 소개된 적이 있는 명재윤증고택이 떠오른다. 또 인접한 강경에도 들러 젓갈을 사도 좋을 것 같다.
기호유학의 대학자이자 소론의 영수인 명재 윤증선생은 평생동안 열여덟번 관직에 나오라는 부름을 받았으나 단 한번도 응하지 않으셨지만 후일 우의정으로 제수된 대학자이시다. 명재고택은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 노성산의 남쪽 자락인 옥녀봉 앞에 자리잡고 있다. 선생이 생활하던 원래의 살림집은 인근 병사마을, 유봉이라 불리던 곳에 있었다. 1681년까지도 유봉에 살았다고 하며 윤증선생의 말년인 1709년에 교촌리 현재의 집과 월명동의 종가와 함께 지어졌다고 한다. 평소 청빈과 검소함이 몸에 배어있고, 관직에 오르지도 않은 선생이 어떻게 이렇게 큰 집을 지을 수 있었을까 하고 의아해 했지만 쉽게 결론이 났다. 이 집은 수많은 제자들이 십시일반하여 지은 것이며 선생은 생전에 이 집에서 사신 적은 없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대부 가옥들이 읍내에서 반나절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 독자적인 근거지를 운영했던 것과는 달리, 윤증고택은 노성읍내와 불과 500m도 떨어져 있지 않다. 그만큼 향리의 실질적, 상징적 중심으로 자리매김 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위치뿐 아니라 주택의 구성도 향리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다. 비록 마을의 제일 끝 깊숙한 곳에 위치했지만, 사랑채 앞 넓은 마당에 연못을 조성했고, 석가산과 우물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일절 담장이나 별도의 경계물을 두지 않았고, 꽃나무들로 아늑한 분위기만 조성했다. 네모난 연못은 향교 앞까지 걸쳐 있어서, 이 집에 소속되었다기 보다는 노성면 전체를 위해 제공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윤증고택의 개방성은 윤증이 평소에 주력했던 향촌민의 교화와 보살핌에서 얻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향촌에 공개해도 부끄럽거나 감출 것이 없다는 철저한 예학자적 자신감의 결과일 것이다.(일부 글 인용)
동서남북 눈을 가로막는 높은 산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논산가는 길은 시원한 초록색 벌판이 바다처럼 넓게 펼쳐진다.
명재고택의 전경. 오른쪽은 사랑채, 가운데가 안채, 왼편에는 창고 부엌 등이 있다.
사랑채 모습, 300년이 지나도록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여 더욱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세 그루의 느티나무는 그 가치가 인정되어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마당 한복판에 만들어 놓은 우물에서는 사시사철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흘러 나온다.
안채, 기둥으로 쓰인 나무의 크기가 가장 구하기 힘든 것 이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이 정도 굵기가 가옥을 잘 받쳐주기도 하며,
기둥이 시야를 방해하지 않아서 좋단다.
그래서인지 이 집은 사방이 네비게이션이다. 안채에 앉아서도 밖을 잘 내다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느새 사랑채 안에 들어가 앉아 있는 샤프란, 한복만 입었으면 종가집 종부처럼 보였을 텐데...
사랑채 내부의 모습, 사방으로 트여져 있는 창문을 통해 시원한 전망을 볼 수 있다.
육아방의 창문 높이는 안전상 어른이 아이를 안고 밖을 내다 볼 수 있게 약간 높으며, 안채에서도 방안을 살펴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위풍이 없는 방이라고 한다.
고택관리는 종손 윤완식씨가 맡고 있다. 한참 고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는 그의 매제(?)
미닫이 문과 여닫이 문을 혼용한 획기적인 방문 구조이며, 문을 이용하여 방을 2개로 나눌 수 있는 가변식 벽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방에 누우면 밖의 느티나무가 잘 보인다며, 누워서 사진을 찍어보란다. 가운데 걸려있는 사진은 유명탤런트 고현정씨가 종손과 함께 있는 모습이다.
무릉도원에 사는 사람의 집.
새벽에 연못에서 피어 오르는 물안개가 집 앞 마당에 가득 깔리면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무릉도원 같이 느껴진다고 한다.
일영표준(日影表準), 토방에 있는 해시계가 있던 자리
금강산의 모습을 본 따서 만들었다는 정원석. 관람객들에 의해 양편에 돌 몇개가 없어지고, 훼손 되었다고 한다.
안채 대문에서 밖을 내다본 모습, 담장과 행랑을 둘러 안채만 보호하고 나머지 영역은 과감히 향리에 공개한 오픈식 주택이라 할 수 있다.
전통가옥체험을 위해 서울에서 온 듯한 아이들, 5~6명의 엄마들이 짐을 나르는 동안 아이들은 신기한 듯 주변을 돌고 있다.
23일 연합뉴스에 마침 이 아이들의 모습이 잠깐 소개되기도 했다. 새로운 세대에게 전통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노성향교의 전경
노성향교와 명재고택 앞에 위치한 연못. 직사각형의 인공 연못이지만 성리학의 우주론을 적용하여 나름대로 과학적 설계를 한 듯 하다.
사각의 연못은 우주의 본체인 땅이 평평하고 사각이라는 인식에서 온 듯하고, 연못 위에 떠 있는 섬은 원으로 상징되는 하늘을 표현했다고 한다.
단, 섬이 연못의 중앙에 있지 않은 이유는 섬이 연못의 북동쪽에 위치해야만 물의 자연적인 흐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란다.
이 연못은 제법 거리가 있어 비춰질 것 같지 않은 고택의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어 주고,
일몰 때에는 기막히게 아름다운 논산(놀뫼 = 노을이 아름다운 산)의 노을과 두개의 태양을 연출해 내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전통체험을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재
전통의 된장독과 간장독에서 세월의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 이곳에는 무려 300년된 간장도 있다고 한다. 판매도 하여 조금 구입하였다.
명재고택에서 20여Km를 달리니 강경읍에 도착한다. 강경은 논산 서쪽에 위치하여 강경천과 논산천이 금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에 위치한 천혜의 내륙항으로 조선후기 3대시장이자 2대포구로 상업이 번창했던 곳이다. 당시에는 부유했던 이 곳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흰바지와 저고리를 입고 다녔다고 한다. 1930년대까지 금강하구의 관문이었지만 군산항의 개항과 경부선, 호남선, 군산선이 개통되면서 상권이 급속히 쇠퇴하고 말았다. 그 옛날의 영화로움은 사라졌지만 조그마한 읍내에만도 북옥교회, 남일당한약방, 한일은행 강경지점, 강경노동조합건물 등 근대문화유산이 6개나 있다. 지금은 젓갈 산지로 유명하여 시내 전체가 젓갈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정확한 정보도 없이 들른 탓에 맨 먼저 강경역에서 관광 팜플렛을 구하려고 했지만 강경만을 소개한 것은 구하지 못하고 논산관광안내지만 받아 들었다.
일단 역 앞에서 위치를 확인하고....
호랑이가 장가를 가려는지 옥녀봉을 오르는데 비가 조금씩 내린다. 그러나 웬만한 비는 우리부부에게는 비도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교회인 강경침례교회가 옥녀봉 바로 아래에 너무도 초라하게 서 있다.
요즘처럼 최초, 최고를 우상시하는 시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교회가 너무 허술하게 관리되는 것은 아닌지 눈이 의심스러워 진다.
옥녀봉 봉수대
옥녀봉 정상에서 바라본 강경벌. 여름의 맑은 하늘과 어울려 더욱 시원해 보인다. 앞에 보이는 논산천과 강경천이 만나 금강으로 흘러든다.
옥녀봉 정자나무 아래에서
금강의 모습. 상류쪽으로 올라가면 부여가 나오고 , 하류쪽(왼편)으로 가면 군산이 나온다.
강경읍내 전경
고목귀신이 가두면 어쩔라고....
한국개신교 선교 초기에 지어진 현존하는 유일한 한옥교회. 1924년에 지어졌으며,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진 근대문화유산이다.
남녀를 구별하는 당시의 유교풍습에 따라 문도 두개이고 내부에서도 대들보를 중심으로 남녀가 양쪽으로 나누어 예배를 보았다고 한다.
강경천의 채운교가 있는 강둑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시멘트로 만들어진 다리가 놓여 있고, 그 옆으로 작은 미내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전국 교역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다는 강경포구가 있던 곳으로, 이 강을 ‘미내(渼奈)’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하여 ‘미내다리’라고 부른다. 다리 옆에 놓여 있던 ‘은진미교비’는 국립부여박물관에 보관 중인데, 비문에 의하면, 조선 영조 7년(1731) 주민의 필요에 따라 강경촌 사람인 송만운이 주도하여 이 다리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수로정비에 따라 물길이 바뀌어 현재는 제방 제내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1998년 완전해체하여 2003년 보수정비 하였다. (문화재청 게시사진 첨부)
미내다리의 예전 모습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 1905년 건립되어 6.25때 지붕이 날라갔지만 보수되었다. 근대 번성했던 강경지역의 상권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금융시설 이었다.
한일은행 강경지점 맞은편에서 젓갈을 구입하였다. 이곳 사람들에게 유명한 젓갈집을 소개해 달라고 하니, 웃으며 말한다. '여기 강경젓갈은 다 유명해유~ '
새우젓갈,낚지젓갈,갈치속젓갈,조개젓갈, 조금씩 샀는데 새우젓갈은 정말 소문대로 맛이 최고인 것 같다.
젓갈축제장으로 이용되는 고수부지로 내려오니 갑자기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친다.
비바람을 아랑곳 않는 보트족
유일한 피신처는 이곳 보트선착장 뿐. 많은 사람들이 폭우를 피해 모여있다.
비가 그치고 맑게 개인 서쪽하늘을 바라보면...
멀리 전망대도 보이고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게 개이고, 대지는 촉촉히 적셔졌다.
아듀~~ 강경
한 여름 저녁의 산들바람 처럼
부드럽게
시간의 여유를 갖고
서서히
안단테처럼 천천히
당신에 대한 소중한 사랑의 느낌이
더욱 더 커져만 가도록
당신의 모습이 한밤 중 아름다운 벨벳이 되어
지금 이 순간 제게 서서히 와주오
안단테처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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