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귀염둥이 루비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오늘 새벽 강아지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잠에서 깨어 났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아마도 그것이 주인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려는 마지막 단발마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요 며칠 기운이 없어 보인 것 같기도 하다.  

 너무 갑작스런 죽음이라 원인이 뭔지도 알 수가 없다.  혹 알지 못한 깊은 병이 있었던 것인지, 무언가를 잘못 먹은 것인지....

 미안하다. 루비야. 너의 고통을 너의 외로운 죽음을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지켜주지 못했구나.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서로 인연이 되어 기쁨을 주고 사랑을 받았던 가족이었기에 너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 큰 슬픔으로 남는 구나. 

 

루비의 죽음을 애도하며

 

2011년 11월 27일에 주인이며 부모였던 이씨와 박씨는 몇자 글로써 견자(犬子)에게 고하노니, 너와 함께 생활했던 지난 7년의 세월을 생각하면 너무도 행복한 나날이었다. 네 비록 인간이 아닌 짐승으로 태어나 사람처럼 대접받지 못하고 추운 겨울에도 집 밖에서 지내는 신세였으나 이렇듯 슬퍼함은 인연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며, 사랑의 대상에 차별이 없단 것을 이제 알았기 때문이리라. 아! 아깝고 불쌍하다.   

 오늘 너를 산에 묻고 뒤돌아 서는 마음이 사람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음은 여늬 자식처럼 너를 사랑했음이요 너의 순하고 충직한 성품에 감동했음이다. 마당에 모닥불을 지피면 잔불이 꺼질 때까지 주인 곁을 지키고, 산보를 나가도 잠시도 주인 곁을 떠나지 않던 너의 모습을 보며 어떤 때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식들보다 더 친했고,  볼 때마다 반가이 맞아주는 너의 모습에서 시름을 잊었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 생에서 최소한 20년은 동거하렸 했더니,  루비야. 어찌 네 생의 반도 못채우고 이리 일찍 세상을 고하였더냐.

내 너를 잘 보살피지 못한 탓이다. 무심한 주인 만나 일찍 세상을 마치고 말았으니,  그저 너무 미안하고 미안할 뿐이다.

네 비록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이른 때에 세상을 등졌으나 어쩌면 그 곳이 슬픔도 아픔도 없는 더 좋은 곳일지도 몰라.

그저 가족과 헤어진다는 것이 슬플 뿐이지.   

루비야. 인연이 무심치  않으면 후세에는 예쁜 내 딸로 태어나 오래도록 사랑 주고받으며 행복하게 살자꾸나.

지금 네가 있는 곳이 낯설고 외로워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이승의 기억은 안개처럼 사라질거야.

그 때까지는 지난 여름 가족들과 신나게 뛰어놀던 바닷가를 기억해 보렴.  언니들의 깔깔거림과 엄마가 불러주던 네 이름을......

우리 모두 널 아주 오랫동안 그리워할거야.  우리 예쁜 루비.   지금보다 훨씬 멋진 세상으로 잘 가거라~    안  ~  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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